복 사 꽃
- 이생진
나는 가끔 오래된 혼백과 이야기하는 수가 있다
북한산 유일한 복사꽃 나무 밑에서처럼
"매월당 김시습이 다녀갔을까"
"다녀갔겠지 언제고 나보다 한 걸음 먼저
왔다 가는 사람이니까 다녀갔겠지"
복사꽃이 기절한다
이걸 못보고 봄이 왔다고 하는 것은 거짓말이다
매월당 김시습이 세 살 때부터 좋아하던 꽃
죽어서도 사월엔 복사꽃을 찾겠지